‘고객과 협력하여 함께 변화를 만들어 갑니다’

커뮤니티

커뮤니티

[트라이씨 기업심리학]앞만 보고 달리는 리더들 …'인생 연대기' 복기해 보세요.

  • Tri-C심리경영연구소
  • 2026-06-29 12:09:22
  • hit137
  • vote0
  • 118.223.231.250

학창 시절에 시험을 볼 때 경험했던 안타까운 기억. 분명히 어젯밤에 공부한 것인데, 막상 정답이 기억날 듯 말 듯 답답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설단(舌端·Tip of the tongue) 현상이라고 하는데, 말이 나올 듯 말 듯 혀끝에서 맴돈다는 의미다.

이런 기억과 관련해서 유명한 심리학 연구가 있는데, 독일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이 그것이다. 1885년 발표된 논문에서 에빙하우스는 한 번 기억된 정보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를 실험을 통해 측정하였는데,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고 나서 24시간, 만 하루가 지나고 나면 어제 외운 내용들 중에서 단지 30% 정도만 남아 있고 3분의 2 정도는 망각된다고 주장했다. 고등학교 당시 영어 단어 수십 개를 열심히 외우고 그다음 날 기억이 안 났던 아픔은 나만 그런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에빙하우스 연구의 또 다른 통찰은 복습의 중요성이다. 만일 공부하고 나서 24시간 이내에 복습할 경우 회상률은 2배 가까이 증가한다고 한다. 물론 한 번 외우고 난 뒤 마치 컴퓨터의 파일 저장처럼 영원히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시험 공부할 때 얘기고, 우리 인생에서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는 표현이 있다. 힘들고 슬펐던 기억이 죽는 그날까지 남아 있다면 사람들은 아마 모두 우울증에 걸릴 것이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은 망각을 통해 기억이 퇴색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용기가 생긴다는 뜻일 것이다.

학습심리학의 연구 결과들은 예습보다 복습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을 일관되게 지적하고 있다. 이건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마치 우리나라의 정치사회적 연표처럼 그동안 본인이 살아온 개인사를 연대기 순으로 정리해 보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고, 또한 앞으로 펼쳐질 인생에 대한 조망을 할 수도 있게 된다.

왜냐하면 현재는 과거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 설계를 위해서는 먼저 과거를 탐색해야 한다. 바둑에서 그토록 복기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기업 리더들과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지난 5년 동안 리더인 본인에게 있었던 중요한 사건들, 그것과 관련된 사람들, 그 경험을 통해서 느낀 점이나 감정 등을 써보라고 요청하면 대단히 힘들어 한다. 무수한 기억의 매트릭스에서 1~2칸 정도를 겨우 채우는 수준이다.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것이다. 우리나라는 애건 어른이건 예습에 목숨을 건다. 본인이 맡고 있는 프로젝트의 히스토리만 관리할 것이 아니라 본인 인생의 히스토리 역시 챙겨야 한다.

 

5년전 역경 되짚어달라고 하면
대기업 리더도 대답 머뭇거려
과거 힘들었던 일 외면하거나
경험 아닌 사건 나열하기 일쑤
누구나 속상했던 경험은 있어
실책에서 배울 부분 정리 필수
경험→학습→변화로 이어져야
인생의 자산으로 만들 수 있어
인생도 복습이 예습보다 중요

 

리더들이 과거 회상을 어려워하면서 보이는 특징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속상하고 안 좋았던 일들에 대해서 애써 기억을 안 하려고 외면하는 모습이다. 심지어 겨우 잊어버렸는데, 왜 다시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냐고 불만을 토로하는 분도 계셨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살면서 실수할 수 있다. 따라서 누구나 속상했던 경험이 있을 수밖에 없다(본인에게는 별로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자신의 인생에 감사하라. 아니면 본인의 기억을 의심하라).

중요한 점은 힘들었던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런 사건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고, 반복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리하는 것이다. 그래야 그 경험이 내 인생의 자산이 된다.

리더들의 과거 회상에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특징은 경험이 아니라 사건들을 나열한다는 것이다. 직속 상사가 바뀌었다, 맡고 있는 팀이 다른 팀과 통합되었다, 매출이 전년 대비 증가 혹은 감소했다 등등의 말이다. 하지만 사건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경험이다. 그리고 그 경험이 학습과 변화로 연결돼야 한다.

통일신라시대 원효대사를 예로 들어 보면 당나라 유학길(사건)에서 밤에 동굴에서 목이 말라 마신 물이 그다음 날 아침에 보니 해골물이었다(경험). 이를 통해 원효대사는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낸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깨닫는다(학습). 그리고 다양한 불교 교단들 사이의 갈등을 통합하는 화쟁사상(和諍思想)을 바탕으로 통일신라시대의 대승불교를 꽃피우게 된다(변화).

 

사건보다 경험이 중요하고,
그 경험에서 배운 것이
일상의 변화로 이어지는 것이
인생의 성공 방정식이다.

 

이러한 사정은 조직도 마찬가지다. 이제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도 역사와 전통이 쌓이면서 OO그룹 30년사, 50년사 같은 책자들을 편찬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자들도 앞서 리더들이 보인 함정에 고스란히 빠져 있는 듯하다. 두껍고 화려한 책자에는 사건들과 사진들만 나열돼 있다. 그리고 그 사건들은 모두 뿌듯한 성공 스토리뿐이다. 대형 사고가 나고, 부도 위기에 몰리고, 파업으로 노사 갈등이 심각했던 사건들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당연히 그 사건과 관련된 경험들도 없다. 그러한 경험담은 돌아가신 창업주 회장님의 자서전에만 (미화되어) 나온다. 하지만 50년 역사의 회사에서 가장 시급하게 정리해야 할 기억은, 역사 속의 개인들이 겪은 경험과 학습이다. 그것이 바로 암묵지(暗默知)이고, 그건 최신 인공지능 프로그램도 모르는 것이고,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지혜다.

인간 지능에 대한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하버드대 심리학과의 하워드 가드너 교수가 비범한 사람들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언급한 것이 있다. 첫째, 그들은 본인이 경험한 크고 작은 사건들을 자신의 삶에 반영하는 능력이 다른 사람에 비해 뛰어나다. 둘째, 그런 사람들조차 때때로 실패를 경험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역경에서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며, 패배를 기회로 전환하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가드너 교수의 언급을 패러디해보자. 그렇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사건들을 자신의 삶에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고, 실패를 하면 무너지고, 역경에서도 학습하는 것이 별로 없기에, 실수를 유사하게 반복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건을 경험하되, 그 경험에서 학습하라. 그 느낀 점을 자신의 일상에 반영하여 변화를 시도하라. 이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이 글은 트라이씨 심리경영연구소 공동대표 김도환박사가 매일경제(앞만 보고 달리는 리더들 …'인생 연대기' 복기해 보세요 [트라이씨 기업심리학] - 매일경제)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댓글[0]

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