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1> <사례2>
MBTI 유행이 이어지고 있다. MBTI는 성격 검사로 에너지의방향 (E, I),정보인식(S, N), 의사결정(T, F), 생활양식(J, P)의 4개 축에16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1940년대 시작된 검사였으나 2020년 코로나 이후 2030 세대를 중심으로 MBTI가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MZ 세대에서는 사람을 이해하는 대표적 지표로 쓰이고 있다. 자신이 어떤 성향이고 자신과 맞거나 상극인 사람은 어떤 유형인지 줄줄 외우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심지어 핸드폰 주소록 이름 옆에 MBTI 유형을 적어 놓기도 하고, 회사 메신저에 MBTI를 기입하게 하는 스타트업도 있다고 한다.
왜 우리는 MBTI에 빠지는가?첫째, 쉽고 간단하게 자신과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인간을 16가지 유형으로 쉽고 간단하게 정의함으로써 타인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는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다. 둘째, 상대방에 대해 빠른 판단과 대처가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간은 외부세계와 만날 때 불안감을 가진다. 특히 타인을 만날 때 내편인지 아닌지가 빠르게 판단되어야 하며, 모호함이 주는 불안감을 빠르게 해소하길 원한다. MBTI는 이런 불안감을 줄여주는 매뉴얼인 셈이다. 셋째는 TV나 유튜브등 각종 매체에서 사람들의 유형을 이야기하고 흥미로운 콘텐츠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인기 연예인들의 프로필을 검색하면 MBTI 유형이 기재되어 있고, 일상에서도 상대방의 MBTI 유형을 묻는 것이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 되었다.
MBTI는 믿을 수 있는가?전문가들은 MBTI의 과학적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심리검사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진단-재진단 신뢰도’다. 동일한 사람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다시 검사를 해도유사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MBTI는 이 기준에서 비교적 낮은 평가를 받는다. 이유는 이것이 주관적 자기 보고식(self-report) 검사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실제 자기 모습보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자신에 대해 응답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기분이나 상황 그리고 역할 기대에 따라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 모습이 달라질 수 있어 검사 결과가 수시로 바뀌기도 한다. 더구나 진단문항도 간이 버전부터 정식 버전까지 다양한 형태로사용되어 있어, 어떤 검사 도구를 사용했느냐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자기보고식 검사는 안정적인 성격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또 다른 한계는 성격을 이분법적으로 분류하는 데서 오는 오류이다. 인간의 성격은 하나의 스펙트럼 위에 연속적으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설문 응답시 흑백논리식 선택을 하게 되어 사람의 성격을 16가지의 한정된 유형에 가둔다는 점이다. 그 결과 다양하고 복잡한 각 개인의 고유한 배경과 가치관을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성격 유형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상황의 힘을 간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행동에서 성격(기질)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는 그가 처한 상황과 맥락에 의해 결정되는데, MBTI는 이 역동적인 ‘상황적 요인’을 무시한다. 따라서 특정 행동의 원인을 특정 성격으로만 돌린다면 70퍼센트나 되는 상황의 힘을 간과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MBTI 과몰입이 낳는 부작용첫째, 가장 큰 문제는 타인에 대한 ‘고정관념 및 편견’이다. “I 유형(내향형)이니 타인에게 무관심할 것이다”, “ISFP라 소심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다.이는 자연스럽게 낙인효과나 차별로 이어져 특정 유형을 ‘사회 부적응자’로 몰아가거나, 특정 유형을 기피하는 배척 행동이 발생한다. 서두의 아르바이트 채용 사례가 그 예시이다. 둘째, 자기를 스스로 틀에 가두는 ‘자기제한’의 결과를 낳는다. 낙인효과는 자신에게도 적용되어 “나는 ENTP이라 원래 그래. 공감 능력이 없어”처럼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긋는 자기 제한의 덫에 빠지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시간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알아가려는 노력보다 성격 유형에 맞춰 관계를 만들어가려는 ‘관계의 도구화’ 현상이 발생한다. 연애나 대인관계에서 성격상의 궁합을 지나치게 따지게 되면 호기심과 시간을 들여 실제 상대를 알아갈 기회를 놓치게 된다.
MBTI의 효과적 활용을 위한 제언MBTI를 지혜롭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를 기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첫째, MBTI 유형은 ‘고정된 실체’가 아닌 ‘선호 경향’일 뿐이다. 검사 결과는 “당신은 이런 사람이다”라고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은 평소에 이런 방식을 더 편안하게 느낀다”는 심리적 선호도로 에너지가 흐르는 방향을 보여주는 지표일 뿐이다. MBTI 유형으로 자신과 타인의 성격을 고정시키고 일반화할 경우 우리는 인간의 변화 가능성을 차단하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따라서연애와 결혼에서도 살아가면서 구체적 상황에 맞추어 대응하는 방식을 보면서 서로의 성격을 파악하고 조율해 나가는 것이 성숙되고 지혜로운 관계이며, MBTI 유형에 맞는 직장이나 직무를 찾기 이전에 다양한 과업을 수행하면서 자신의 성격과 변화가능성을 파악하고 적응해나가는 것이 슬기로운 직장생활의 첫걸음이다. 둘째, 상황과 성숙도를 고려하여 자신과 타인의 유형을 적절하게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정 환경이나 역할에 따라 인간은 유연하게 행동을 조정하므로 ‘상황적 가변성’을 인정해야 하며, 또한 같은 유형이라도 자신의 강약점을 알고 조절해가는 ‘개인의 성숙도’에 따라 행동 양식은 천차만별로 달라지게 된다. 셋째, MBTI 결과를 나와 타인의 다름을 확인하는 도구로, 상호 보완적인 팀빌딩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MBTI를 타인을 판단하는 잣대가 아니라 서로의 소통 방식 차이를 이해하고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도구로 사용한다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인간은 MBTI 네 글자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훨씬 다층적이고 복잡한 존재이다. 진정한 관계는 유형의 궁합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과 시간에서 비롯된다. MBTI라는 좁은 틀을 내려놓고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고 눈앞의 사람을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상대방의 풍요로운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트라이씨 심리경영연구소 공동대 최윤식박사가 매일경제에 기고([트라이씨 직장인 심리학] MBTI 과몰입 현상: MBTI라는 좁은 틀로 보는 사람들 - 매일경제, 2026.04.22)한 글입니다. |
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