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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씨 기업심리학] 억울한 일 당했다고 … '신파'에 빠져선 문제 해결 안돼

  • Tri-C 심리경영연구소
  • 2026-04-26 19: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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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나만 손해 보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회사에서 일할 때도 그럴 수 있고, 가족이나 친구와의 인간관계에서도 그런 상황은 발생할 수 있다.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심리학자 입장에서 두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 하나는 몸에 관련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음의 문제다.

신체와 관련된 제안은 일단 최근 자신의 건강과 컨디션을 떠올려 보라는 것이다. 혹시 피로가 쌓이지는 않았는지, 이전과 다른 건강상의 변화는 없는지 말이다. 왜냐하면 몸이 나빠지면 마음도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짜증이 유독 많아졌다면 십중팔구 건강이 안 좋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몸 상태가 안 좋아져서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떠오른 것 같다면 당장은 잊으려고 노력하기를 권한다.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나서 한 달 정도 있다가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런데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억울하고 속상한 감정이 계속된다면 그다음 심리적인 제안으로는 혹시 내가 신파(新派)의 스토리 구조에 빠진 것은 아닌지 자문해 봤으면 한다.

여기서 말하는 신파 스토리 구조의 첫 번째 특징은 '선악의 분명한 대비'다. 선은 본인이고, 악은 외부에 있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두 번째는 '피해자 마인드'다. 자기만 손해를 보고 피해자가 됐다는 생각이 너무 강한 상태다. 세 번째는 '감정의 과잉'인데, 지금 현안과 크게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예전 기억까지 떠오르면서 감정적으로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모습이다.

사진설명

이상 언급한 선악의 대립, 피해자 마인드, 감정의 과잉, 이것이 바로 신파의 스토리 구조다. 조금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이수일과 심순애' 하면 떠오르는 그것 말이다.

그리고 이런 스토리 구조가 가장 잘 반영된 것이 막장 드라마다. 막장 드라마는 욕하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 왜냐하면 스토리가 자극적이고 전개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인과응보, 사필귀정, 권선징악 등이 주요 스토리를 이룬다.

혹시 나 자신이 신파의 주인공 같은 느낌이 들면 억울하고 속상한 상황에 대해 일단 판단을 멈추는 것이 현명한 대처다. 신파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것이 나 자신에게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선악의 대비' 측면에서 본다면 본질적으로 선과 악이 칼같이 구분되는 일이 현실에서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만일 선악이 분명하다면 시시비비를 가리고 악을 처벌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현실은 선악의 경계가 왔다 갔다 하고 각자 생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일이 허다하다. 나에게는 참 좋은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나쁜 사람일 수도 있는 것이다. 교과서에는 정답이 있지만 인생은 딜레마(dilemma)가 대부분이다. 딜레마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정답이 없는 상황을 뜻한다.

현실 세계에는 지고지순한 선도 없고 완벽한 악도 없다. 선과 악의 어느 언저리가 있을 뿐이다. 오죽하면 원래 천사였다가 악마가 된 루시퍼를 빗대, 선과 악의 경계가 상황에 따라 얼마나 가변적인지를 나타내는 루시퍼 효과(Lucifer effect)라는 개념도 있다.

둘째 '피해자 마인드' 측면을 살펴보자. 물론 상대방의 명백히 부당한 대우로 인해 분명한 피해를 입었을 때에는 적법한 절차를 따라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맞다. 그래야 한다. 참는 것이 항상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을 일방적 피해자로 여긴다면 그건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피해자니까 잘못이 없고, 따라서 내가 바꿀 것이 없기에 모든 초점은 가해자로 지목된 상대방에게만 맞춰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 그 상대방 역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절대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둘 다 서로를 끝없이 탓하는 악순환의 늪에 빠지게 된다.

자동차 교통사고에서조차 100% 과실은 완전히 정차 중일 때 추돌, 음주운전, 뺑소니 정도에만 해당되고, 대부분 쌍방 과실 비율을 나누게 된다는 점을 상기하자. 현실에서 100대0 책임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셋째 '감정의 과잉', 즉 지나친 부정적 감정은 사태 파악을 방해할 뿐이다. 복잡하고 미묘한 갈등일수록 차분하게 생각해야 그나마 해결의 실마리를 빨리 찾을 수 있다. 터널 비전(Tunnel Vision)이라는 심리학 개념이 있는데, 터널 안에서는 터널의 출구 크기로만 외부 세상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너무 감정적으로 격앙되면 터널 비전이 생겨 시야가 좁아지고 온전한 이해의 가능성이 봉쇄된다.

더군다나 환희와 기쁨 같은 긍정적 감정은 금방 사라지는 반면에, 분노와 절망 같은 부정적 감정은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커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빨리 끊어내는 연습이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데 중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위에서 설명한 내용을 염두에 두고 억울하고 속상한 감정이 강하게 들면 일단 선악의 대립, 피해자 마인드, 감정의 과잉 상태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그러지 못하고 신파의 늪에서 계속 허우적거리게 되면 신파의 스토리 구조는 계속 업그레이드가 되고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결국 그건 내 손해다.

이러한 신파의 스토리 구조는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 심지어 국가 수준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조직 사이의 갈등에서 본질적으로 선과 악이 존재하는 것처럼 말하고 결과적으로 피해자·가해자 관점이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면 갈등관계의 두 조직 모두 더 큰 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어떤 국가가 타국을 악으로 규정하고 자기 나라는 전적인 피해자라고 우기면서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면 망하는 지름길로 들어섰다고 보면 된다.

세상은 신파가 아니기에 선악, 가해자·피해자 관점에서 벗어나 상황을 바라봐야 한다. 그게 나 자신을 위해 훨씬 좋다. 핵심은 변화이지, 자기연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글은 트라이씨 심리경영연구소 공동대표 김도환박사가 매일경제(억울한 일 당했다고 … '신파'에 빠져선 문제 해결 안돼 - 매일경제, 2026.01.07)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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